구름을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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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은 작성일06-08-04 14:41 조회4,654회 댓글4건본문
몇 주전 지루하고도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문득 밀려와.
충동적일 수도 있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연히 미황사를 알게 되었고, 당시 제 형편에 할 수 있는 것은 한문학당 지도교사였지요.
제 스스로도 완전한 인격체라 자신할 수 없었기에, 처음에는 두려움 반 설레임 반 이였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부모님 밑에서 투정부리며 지내왔던 내가
이 아이들을 보살펴 줄 수 있을까."
어색한 만남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의 7박8일 동고동락은 시작되었습니다.
새벽 4시 50분 스님의 목탁소리도 울리기 전에
세면장에서 세수를 하고 있는 아이들,
낯선 친구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아이들,
낯선 선생님들에게 먼저 마음을 여는 아이들.
아이들의 친화력과 적응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금샘을 오를 때 아이들의 몸은 마치 깃털같았습니다.
아이들의 발걸음 쫓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충격을 받았죠.
어릴 적, 가족과 등산을 할 때 나의 발걸음을 따라오지 못하는 엄마에게
재촉의 손짓을 하던 그 때의 내가 떠올랐습니다.
'엄마도 그때 지금 나와 같은 기분이였을까'
선생님 말을 듣지 않고 땡깡을 부리는 아이들을 볼 때면
한 대 쥐어박고 싶다가도
"선생님~~~" 징징거리며 나를 찾는 아이들을 볼 때면
모른 체 할 수 없어 감싸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였습니다.
순간, 나의 뇌리를 스치는 한 단어,
"엄마"
엄마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요.
말 듣지 않는 딸이 밉다가도 결국 보듬을 수 밖에 없는 것.
저의 깨달음이 과장될지 모르겠지만,
한문학당 지도교사의 경험은 제 스스로에게 평소에 느낄 수 없었던 생각과 감정을 선물 해 주었습니
다.
금강 스님께서 말씀 하셨지요.
아이들은 언어로 인지하기보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파장으로 지각한다고.
스폰지처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
저도 그러했던 때가 있었을까요.
지금의 저는
남의 말 보다 제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며
오해하고 착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세상을 좀 더 맑고 정직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아이들과의 이별의 시간 마저도 마냥 즐거웠었는데.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밀려드는 만감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지금 저는 부족했던 잠을 채우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안일한 하루가 편안하긴 하지만.
미황사의 바쁜 하루가 그리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럼 다시 찾아뵐 때까지 금강스님, 용제스님, 도현스님 미황사 가족분들 모두 몸 건강하세요!^-^
한문학당 아이들아~
지난 8일의 시간들이 훗날 우리를 미소짓게 하겠지?
보고싶다!^-^모두들 행복해~
如眞 합장
댓글목록
사무장님의 댓글
사무장특히 밝게 웃는 모습이 예뻤던 김희은 선생님. 가는 모습도 못보았는데... 고생 많이 하셨고 애 많이 쓰셨어요. 또 머지 않아 만나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임현숙님의 댓글
임현숙좋은 경험을 하셨네요. 엄마로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태현이에게도 안부전해줄게요. 건강하시길..
김희은님의 댓글
김희은빨래하기를 싫어하던 태현이의 얼굴이 떠오르네요ㅋㅋ결국 수건하나를 제손으로 빨아주었다는ㅋ태현아~잘 지내지!?
이진혁님의 댓글
이진혁선생님 너무 즐겁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보고싶을 거예요..;;겨울에도 꼭 오셔서 제 선생님 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