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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학당 여섯번째이야기 (2003.8.1 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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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금강 작성일06-02-04 08:11 조회3,5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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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담은 6번째 이야기
그럼 평생을 대비한 연습이겠네..

우리반 영빈이가 산을 내려오면서 한 말입니다. 한문학당 아이들 중에서 제일 적응을 못했던 아이였는데 오늘 금샘을 지나 하늘 가까이 닿은 곳에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3학년이고 발우공양때마다 매번 늦게 먹기때문에 아이들의 눈총도 있었지만 더 힘들게 했던건 적응하기 힘들었던 생활이었나봅니다. 초등학생 윤재도 엄마의 억지에 따라 왔습니다. 하루에 해야할 공부를 다 끝마치지 않으면 밤새 공부를 해야한다는..그 이야기에 ..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처음엔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그만 하고 싶다는.. 하지만 지금 4학년 테스트를 할 정도로 진도가 앞서있다는..그 아이가 이번에도 엄마의 욕심에 이곳 땅끝까지 왔습니다.

아이들 모두가 땀을 내면서 정상까지 왔습니다. 슬리퍼 신고온 은선이는 작은 신발이라도 구해준다고 해도 뾰루퉁하면서 그 신발을 신고 도착했습니다. 중학생들이 업고 안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즐거운 초록이었습니다. 정상까지 올라온 아이들은 바람이 이마에 맺혀있는 땀을 데리고 가서 시원한 기분이었구요. 한손에 오이랑 사탕이랑 그렇게 달랑 달랑 거리면서 올랐습니다. 오늘같이 아이들이 말을 잘듣는건 처음이었어요.

여기서도 줄서라. 조용히해라. 빨리해라. 뛰지마라. .. 이런 말을 해야 한다는게 썩 내키진 않았습니다. 일상을 탈출한 아이들에게 .. 미안한 일이었으니깐요. 하나 둘씩 금새 적응하고 있는 사이에 곧 있으면 졸업식입니다. 선생님들 모두 졸업식 준비에 바쁘십니다. 이번엔 워낙 많은 아이들이 움직이는 이야기라서 걱정이 한 가득이었답니다.

산에서 내려온 다음 아이들 소임을 시킬 생각이었는데.. 우리반 반장 규헌이가 소임을 다 했다고 그렇게 이야기 합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내가 옆에서 여기 쓸어라.. 기둥을 잘 닦아라.. 잔소리 대왕이었는데..사실 오늘은 한문학당 6일째입니다. 어제 바다에 다녀온뒤 긴장이 풀렸는지 이것저것 엉망입니다. 발우 공양하는 시간에도 그릇을 떨어뜨렸고.. 찬상가져다 놓는 죽비에도 틀리고.. 산에서도 몇번 넘어질뻔하고.. 오늘은 제가 다른 사람이었던것 같습니다.

노을을 보고서 우리는 글방에 들어갔습니다.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구름 너머 무지개가 웃음을 불러왔습니다. 규헌이가 많이 착실해졌답니다. 오늘 고무신 정리도 같이 했고요.. 눈이 까만 규헌이가 보고싶을겁니다. 오늘은 이야기거리가 많은데도..생각주머니에서 도통 나오질 않습니다.

걱정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으시죠.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이들은 생각보다 너무 잘 하고 있습니다. 익숙함이 언젠가 이곳 기억을 담아내면 미황사 바람이 보고 싶을 겁니다. 오늘 하늘 가까이 간 곳까지 간 아이들 마음에 그 바람을 담아온.. 6번째 이야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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