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바람의 마지막 이야기 피곤함에 정신없는 마지막 하루였습니다.

꼬맹이 은선이랑 화장실도 가야하고 우리반 규헌이랑 하이파이브 해야하는것도 .. 간혹 아파하는 신중이가 배가 아픈지 머리가 아픈지 자기전에 물어봐야 하는것도..이제는 없습니다. 지금쯤은 라면에 고기까지 먹었을테고 컴퓨터에 텔레비젼까지 보고있을테죠. 언제가 되면 다시 만날 인연일테지만 그 동안의 일상 속에선 아마..평생동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여름일겁니다.

내일은 새벽 4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겠죠. 발우공양 하지 않아도 되구요. 말썽쟁이 아이들이 빨리 졸업식을 하고 갔으면 싶었답니다. 마음을 여는게 쉽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고, 워낙 자기 생활에 익숙한 나머지 남과 어우르는것을 모르는 아이들이었으니깐요. 많이 다독여 줘야했고 하나씩 다듬어 줘야 했지만 내가 가장 마음이 아팠던건 자기만 아는 아이들이 혹여 마음에 벽을 더 높이 쌓아 버린건 아닌지 걱정이 가득입니다.

한배 한배 정성을 드렸습니다. 108번의 사경에 그동안의 이야기를 담은채 모두가 숨죽였습니다. 마지막 발원문에 소원을 적었습니다. 아마.. 마음을 다했기 때문에 그 소원은 조만간 아이들의 배경이 될겁니다. 사경을 한 종이를 모두 부처님 앞에 드렸습니다. 나중엔 빨간 별이 되어 날아가면서 아이들의 소원을 담았습니다. 모든 외등이 꺼지고 아이들은 연등을 들고 대웅전을 지나 삼성각.. 만하당을 지났습니다.

규헌이는 별똥별을 처음 봤는지 연등의식 내내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답니다. 소원을 빌었냐는 말에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마음이 부자인 규헌인데..그 소원은 벌써 이루어졌나봅니다. "선생님은 무슨 소원빌었어요?" " 어.. 어른이 되게 해달라고.." "지금 어른이잖아요" "아니 그런 어른 말고 정말 지혜로운 어른 말야" 난 늘 소원을 빌때마다 어른이 되게 도와달라고 합니다. 아프리카 소원이 이루어지면.. 어느새 제 배경이 아이들로 가득 채워진다면.. 그땐 마음이 지혜로운 어른이 될테지요.

아이들의 마지막 잠자리를 챙겨주었습니다. 나방이 자기를 좋아할까봐 무서워하는 은선이하고 마지막 화장실 갔구요. 신중이가 아픈가 다시한번확인하구요. . 이불도 덮어주고.. 보시반 반장 규헌이랑 안녕~ 잘자렴.. 마지막 인사까지 했습니다. 정말 마지막이었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여름에 작은 추억을 마음에 담아갑니다.

한문학당의 일상도 이제는 오늘 오후까지가 마지막이었습니다. 수련복과 명찰을 반납하고 아이들은 소지품을 받습니다. 다시금 이곳을 찾을땐 마음이 채워진 아이들 이겠지요.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어려운 친구에게 선뜻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아이들로 말입니다. 머리에 들어있는 잔 지식보다도 마음이 구름같은 아이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섭섭할거예요. 하는 규헌이의 말에 나도 마음이 쨘~*합니다. 나도 모르게 그새 정이 들었습니다. 작년이맘때 처음 한문학당 선생님이었을땐 정말 많이 울었지요. 쌍둥이 하림이하고도 장흥소녀 수연이하고도.. 헤어지는게 너무 아쉬웠으니깐요. 지금은 울지 말아야지..하지만 3일째 지나면서 제 입에선 아이들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면..이미 늦어버린겁니다. 오늘도 아이들의 반야심경에 눈물을 흘릴뻔했죠. 보고 싶을 겁니다. 항상 마음을 다했으니깐요.

오늘은 제법 덥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이 바람을 타고 그렇게도 즐거워합니다. 엄마가 오셨으니 얼굴부터 웃음 가득입니다. 합장을 곱게 하고 모두가 떠납니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어느 한 여름의 가장 즐거운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낸 아이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곳에서 별을 담고.. 바람에 노을이 부는 이곳에서 .. 보시 지계반 선생님 蓮園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