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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아이들에게 한 방 맞은 훈장님 (2002.8.6 법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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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금강 작성일06-02-04 07:39 조회3,5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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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밥값을 여름 한 철에 다 끝내겠다.'
'그리고 봄, 가을, 겨울 동안 놀고 게으름 피우겠다.'

요즘 제 바쁜 일정에 건강 걱정해 주는 사람들에게 넌즈시 던지는 여유입니다.
1차 2차 참선수련회, 매월 첫째 세째 정기적으로 하는 주말 열린 수련회 새벽숲길.
7박 8일의 미황사 한문학당 두 차례, 그리고 6박 7일간의 경험자 참선수련회...
새벽숲길을 한북스님이 담당해 주고 있는 덕분에
다행히 몸이 고장나지 않고 잘 견디고 있습니다.
정성과 헌신을 다해주는 주변의 여러 인연들로 인하여
새삼 삶의 울타리와 생명의 그물을 생각합니다.

오늘은 청소년 수련회와 새벽숲길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제 미황사 한문학당 1차 과정을 끝내고 대둔사에 돌아와서
3차 참선수련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준비하면서 마음으로 정성, 또 정성을 염불하듯이 염원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며칠전 한문학당에서 한 어린이에게 맞은 '한 방망이'를 생각하면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습니다.

가정과 제도권 교육에서 담당하지 못하는 교육과 문화를
환경적으로 최적인 산사에서 해보자고 3년 전부터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과
힘을 모아 오늘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7박 8일 동안 일체 부모님을 비롯한 외부와 면회 금지,
오락기 티브이 금지, 인스턴트 음식 금지...
새벽 4시에 기상하여 밤 9시에 취짐, 빨래 청소 등 모든 생활은 학동 스스로 하며...

하루 일과는 이렇습니다.
새벽 예불, 한 시간의 한문암송,
스님과 손잡고 아침 산책, 아침 발우공양,
1시간의 다도,
이어 2시간의 한문교육,
점심 발우공양,
이어 각종 문화체험,
오후 2시간의 한문교육,
그리고 빨래와 소임지 청소,
저녁 공양, 저녁 예불,
이어 밤 한문교육,
참회와 다짐의 시간, 취침...

테이블 문화에 익숙한 어린이들이
하루 방바닥에 앉아 있는 시간은 무려 11시간 정도입니다.
얼핏 보면 어른들도 감당하기 힘든 일정과 생활이며
요즘 '쉽고, 재미있고, 가벼운' 흐름의 문화에서 보면 감당하기 힘든 한문학당의 과정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비록 몸은 힘들지만 매우 밝은 표정으로 8일간의 생활을 즐기며 지냅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많은 아이들이 다음 경험자반에 들어옵니다.

저는 다행히 가르치는 기술이 다소 있다 하여
아이들에게 한문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한문학당 훈장님입니다.
한문을 가르치는 일은 재미있고 보람있으면서도 정말 힘이 듭니다.
앉아 생활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한문은 정말 지루하고 단조롭고 재미 없을 수 있기 때문에
갖가지 방편을 동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광고기법을 변용하기 까지 합니다.

한문학당 시작 6일째,
아이들은 어느 정도 생활에 익숙해지고 저의 협박과 애교(?)도 별 약발이 먹히지 않습니다.
이 때가 가장 힘들고 한 고비임을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몸은 기운이 다 빠지고 마음은 느슨해질 때 입니다.

그 날 오후,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도 하품과 졸음에 가깝고,
아무리 기발한 방편을 동원해도 그렇고...
이럴 때는 그저 하소연을 통해서 나에 대한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것이 최선이겠지,
이 놈들도 생각이 있고 느낌이 있고 양심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마침내 저는 아주 애절한 목소리로 통사정를 했습니다.
'야 이놈들아! 제발 크게 따라 읽어라. 공부해서 남 주냐?'
그 말이 끝나자 마자 한 어린 아이가 즉시 답하기를
'스님은 공부해서 남 주고 있잖아요"

아, 이 미묘하고 은은한 감동과 충격 !!!
無我와 空의 사상을 늘 염두고 두고 살아건만,
그동안 반야심경 강의를 그렇게 했건만...
내 잠재의식에 남았는 관념과 관습의 질긴 뿌리여~~

오늘도 몸은 피곤하고 힘들지만 이런 보람으로 견디고 있습니다.
보시와 회향이 무엇인가를 '한 방망이'로 일러준 꼬마 선지식들이 그립습니다.
8월 13일 부터 열리는 2차 한문학당 때에는
익숙함에서 오는 권태와 피로를 이겨내는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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