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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미황사 콜라에는 고기가 없다. (2002.8.8 법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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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금강 작성일06-02-04 07:42 조회4,1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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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참선수련회 이틀째입니다.
온종일 비가 내립니다.
무염지 푸른 연잎에 비 듣는 소리, 일만 평 적막이 깨어납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수련생과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6박 7일의 경험자반 수련입니다.
수련생 수련 지도한다는 생각없이
오히려 제가 더불어 수련생들의 공부 기운 받아 참선하고 있습니다.

오후 참선 마치고 제 방으로 돌아오는 길목,
초의스님 동상 앞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마가 초의스님을 가리키며 엄마에게 큰 소리로 묻습니다.
'엄마! 저기 대머리 아저씨, 왜 저렇게 비 맞고 있어?'
그 아이의 엄마는 저를 보고 어쩔 줄을 몰라 안절 부절입니다.
이럴 때 저는 그저 넉넉한 미소 한 자락 보여줄 뿐입니다.
문득, 한문학당 때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말씀~~ 들이 생각나서 여기에 옮겨 적습니다.

1. 훈장 선생인 제가 더욱 근엄하게 보이려고 아이들에게 내 나이는 62세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반신반의 하면서 왜 그리 젊게 보이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녹차를 많이 마시면 그렇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믿는 눈치입니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한문공부를 재미있게 이끌어 가려다 보니
저는 때로는 개그맨의 역할도 감내해야 합니다. 온갖 농담. 장남 등등
다행히 순진한 아이들은 순간 순간 지루함과 피로를 이겨냅니다.

한문학당 4일째,
한 아이가 다가와 진지하게 제게 묻습니다.
'스님, 진짜 연세가 62세 맞아요?'
'그럼, 진쨔야'
'그래요, 그런데 환갑이 넘은 어른이 그것도 스님이 왜 그렇게 철이 없어요?"
... ...

2. 미국에서 온 초등학생 전 하영 어린이,
어릴 때 미국에서 살아서 영어가 모국어인 셈이다.
부모님이 집에서는 한국말을 쓰게 해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어려운 말이 나오면 어리둥절한다.
그러니까 외국어인 한국어로 다시 외국어에 가까운 한문을 배우는 셈이다.
금강스님이 하영이게게 물었다.
'하영아, 한문학당에서 불합리한 것은 없니?'
' ... ... ...'

아이구! 하영이가 '불합리'라는 말을 어떻게 안다고!
또 하영이는 마지막 날 사경을 하고 '서원'을 적으라고 하자
서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주변 아이들의 눈치를 한 참 보았다고 한던가?

3. 학당 기간에는 일체 세속의 인스턴트 음식을 주지 않는다.
고기는 물론 주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학당 기간 동안 '고기' '라면' '과자'를 간절하게 그리워한다.
그런데 어느 점심 시간에 아이들 밥상에 고기가 올라왔다.
순간 아이들의 눈은 감격에 겨워하면서 입은 군침을 흘려 가면서
그토록 갈구하던 고기를 맛나게 먹었다.
그런데 그 때 누가 '고기 아니다. 가짜다. 콩고기다' 라고 외쳤다.
그 순간 갑자기 고기맛이 고기맛이 아니었다고 한다.

작년에는 어느 학동이 자기 부모님께 편지를 쓰기를
'엄마, 미황사는 인심도 좋아요. 고기도 주어요'
바닷가 놀러 갈 때 김밥에 맛살을 넣어 주었더니만 그렇게 부풀리다니,
얼마나 고기가 먹고 싶었으면...

4. 한문학당 끝나고 한 학동이 나에게 묻기를,
'스님 콜라에 고기 들어 있어요'
'아니, 왠 콜라에 고기가 들어 있니'
'그럼 스님, 빵과 과자에 고기가 들어 있어요'
'아니 햄버거 같은 것 외는 고기가 들어 있지 않지, 그리고 무슨 과자에 고기가 들어 있니'
내 말이 끝나자 그 학동님 하시는 말씀
'그럼, 왜 일주일 동안 콜라와 빵과 과자를 주지 않아요?'
... ...


5. 한문학당 하루 일과가 끝나면 잠자기 전 '참회와 다짐'의 시간을 갖는다.
친구와 싸움한 사람, 규칙을 어긴 사람들이 나와 스스로 고백하고 잘 하겠다고 다짐한다.
금강스님이 근엄한 표정과 음성으로 오늘 잘못한 어린이 나와서 고백하라고 했다.
그 때 매우 모범적인 아이가 아주 죄스런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금강스님도 긴장했다.
그 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자기가 지은 죄(?)를 고백하기를,
'스님, 스님 말씀대로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는데 모기가 수십 마리가 달려 들어 물어 뜯잖아요,
아팠지만 그래도 살생하지 않으려고 참았어요,
그런데 모기들이 떼로 달려 들어 물어 뜯는데 내가 죽을 것 같아,
할 수 없이 모기를 잡아 죽였어요.
저는 산 생명을 죽인 아주 나쁜 죄를 오늘 저질렀어요.
용서해 주세요, 스님.'
금강스님은 웃음을 참느라고 아주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 대둔사(대흥사) 수련원에서 미황사 한문학당 훈장 법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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