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당신에게 카렌시아(휴식처, 안식처)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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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9-09-06 10:08 조회2,506회 댓글0건본문


- 혜민스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에서`
뜬금없이 든 생각. 나에겐 과연 `케렌시아` 포인트가 있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있다. 하지만 지면을 통해 공개, 절대 안 해드린다. 왜냐? 나만 알고 있어야 하니까. 소문나면 붐비니까. 케렌시아. 스페인에서 온 이 말의 원래 뜻은 조금 살벌하다. 피 튀기는 스페인의 투우 경기에서 투우사와 목숨을 걸고 싸우다 지친 소가 숨을 고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그 포인트, 즉 잠깐 쉬며 `기력을 회복하는 장소`라는 의미다. 살짝 틀어 삶에 케렌시아를 투영해 본다면 의미는 더 와 닿는다.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전쟁터인 초고속의 삶. 냉혹한 이 삶의 정글에서 유일하게 조용히 찾아가 치유할 수 있는 피란처 정도가 된다.
혜민스님은 조곤조곤 말한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불안하고 힘든 삶 속에서 버티려면 자기 주변의 `케렌시아`를 여러 곳 찾아내라고. 사실 혜민스님의 인생을 바꾼 여행 포인트도, 알고보면 멀리 있지 않았다. `어` 하며 코앞에 수없이 떨어져 있는 게 행복인 것처럼, 인생을 바꾼 여행지,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게다. 혜민스님은 한 칼럼(나만의 소확행)에서 행복을 이렇게 정의한다.

뉴욕에 있을 때, 그의 케렌시아는 그의 멘토 스님이 기거했던 `불광선원`이었다. 20년 전 행자승 생활을 시작한 곳도 여기니, 그에겐 제법 큰 덩치의 케렌시아인 셈이다. 뉴욕의 마지막 자락 태팬(Tappan)에 둥지를 트고 있는 불광선원. 뉴욕에 사찰이 있는 것도 특이한데, 미국 독립전쟁 사령부 용지로 사용된 역사적인 곳이다. 사찰도 혜민스님을 쏙 빼닮아 소박하다.
마음치유학교를 꾸려가는 한국에는 `케렌시아`가 여러 곳이다. 그는 말한다. "행복은 빈도다. 어떤 것이든 케렌시아가 될 수 있다. 굳이 장소가 아니어도 된다. 여러 개의 케렌시아를 만들수록 행복감은 높아진다. (나에겐)차를 마시며 좋아하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듣는 시간도 케렌시아가 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새로운 음악을 만날 땐, 우연히 길에서 보물을 주운 느낌이다."
혜민스님은 강조한다. 케렌시아의 존재는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대충 어떤 카페가 좋다` 정도로는 안된다. `그 카페의 어떤 구석, 어떤 자리가 좋다`는 식으로 명확해야 한다는 거다.
마음의 요동이 클 때, 그가 습관처럼 찾는 곳은 해남 땅끝마을 미황사다. 개인적으론 필자 역시 힐링여행지 1순위로 꼽는 곳이 땅끝 미황사다. 이유가 있다. 새벽 안개가 걷히면 드러나는 흰빛의 수직 암봉 풍광 때문만이 아니다. 그 힘들다는 `삼천배`, 이곳에선 딱 3초 만에 이룰 수 있다. 어떻게. 미황사 대웅전엔 천불 벽화가 있다. 1000개의 불상. 그러니 딱 절 세 번만 하면 삼천배다. 혜민스님이 이곳을 찾는 이유, 당연히 초고속 삼천배 때문이 아닐 터.
그에겐 `작은` 케렌시아도 여럿이다. 뜬금없이 머리가 복잡할 때 찾는 곳은 삼청공원이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더불어 나만의 케렌시아, 쉼의 공간인 삼청공원을 걷고 있을 때도 참 행복하다. 삼청공원 안에는 나무 다섯 그루 아래 물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는 예쁜 벤치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 잠시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을 보고 있으면 마음은 지극한 평화에 가 닿는다"고.
"새소리, 너무 좋고, 햇살 비치고, 단풍지고, 새소리 나는, 이런 자연이 너무 좋다.
당신만의 케렌시아 찾기. 행복사냥의 단초로 케렌시아 찾기를 강조할 때 그는 자주 괴테의 말을 언급한다. `신선한 공기와 빛나는 태양, 친구들의 사랑만 있다면 삶을 낙담할 이유가 없다`고 말이다.
[신익수 여행·레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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