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온전히 사는 것 그것이 좋은삶"-현대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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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7-05-13 15:08 조회2,427회 댓글0건본문
그것이 좋은 삶”
글로 쉽게 풀어낸 금강 스님의 禪 이야기 “절벽서 뒤돌아서면 바로 다시 시작이다” 2005년부터 진행한 일반인 수행 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 지난 2월로 100회 돌파 참가자 얘기 부록에 〈선물〉 제목으로 담아
우리나라 최남단 ‘땅끝마을’에 가면 고즈넉한 아름다운 절이 있다. 해남 미황사이다. 주지 금강 스님〈사진〉은 30여 년 전 퇴락한 미황사에 들어와 오늘날 성속을 망라한 수행 도량으로 우뚝 세웠다. 그래서 미황사는 금강 스님이고, 스님은 바로 미황사이다. 특히 미황사에서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더욱 인기다. 2005년부터 13년째 진행한 일반인 수행 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인데, 지난 2월 100회를 돌파했다. 이 프로그램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금강 스님과의 1:1 차담이다. 그동안 스님에게서 마음 점검을 받은 이가 무려 2천여 명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일대일로 마주앉아 삶의 애환을 들으며 상담을 나눈 수행자는 흔치 않다. 그래서 1년 365일 그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사람들의 발길이 미황사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이다. 금강 스님의 따듯한 가르침을 듣기 위해서다. 이 책은 그 가르침의 흔적들을 모았다. 각자의 ‘땅끝’서 절망하는 이들이 마음을 돌이켜 다시 첫 발을 내딛도록 한, 스님의 위로와 지혜 모음집이다. 금강 스님은 예로부터 승가(僧伽)의 지혜가 밖으로 흘러나와 세상을 지키는 보루가 됐다고 말한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법 또한 산중 스님보다 세상 사람들에게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강 스님이 보통 사람들에게 참선을 권유하는 이유이다. 불교의 ‘선(禪)’이란 무엇인가. 선은 우리의 본성과 본래 마음을 깨닫는 것, 스님은 이렇게 비유한다. “미황사는 달마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지만 구름 낀 날은 볼 수 없다. 처음 미황사에 온 사람에게 사진을 보여줘도 실감하지 못한다. 산이 안 보인다고 산이 없는 것은 아닌데, 구름에 가려져 있으면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할 뿐이다. 선은 구름 속의 푸른 산을 보는 것이다.” 우리 마음은 본래 깨끗하고 이미 고요하다. 그 마음을 구름과 같은 번뇌가 가리고 있다. 번뇌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눈, 귀, 코, 혀, 피부, 분별 의식에서 쏟아지는 욕심과 나와 내 것이라는 생각서 오는 갖가지 감정들 그리고 과거 경험들이 무의식에 저장이 되고 그 경험들이 하나의 고정된 생각이 되어 현재 의식을 방해하는 구름이 된다. 그 번뇌를 가라앉히고 고요한 마음을 유지해 고통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선이다. 선은 산속 스님들만의 수행법도 아니요, 참을성이 수반되는 고행도 아니며, 실체가 없는 그 무엇을 쫓는 것도 아니다. 선은 자유와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금강 스님은 이 길을 함께 걷는 조용한 안내자로, 길 위에서 만나는 여러 문제와 어려움을 풀어내는 방법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이 책 제목 〈물 흐르고 꽃은 피네〉는 ‘수류화개(水流花開)’, 추사 김정희가 초의 스님에게 써 준 편지의 한 구절이다. ‘물이 흐른다’는 것은 매 순간 살아 있다는 의미이다.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과 아픈 기억이 현재의 삶을 구속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꽃이 핀다’는 것은 시련을 이겨낸 강인함과 꽃망울을 터트리기 위한 정성스러운 마음을 이야기한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살든 그 속에서 물이 흐르고 꽃을 피워낼 수 있어야 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흘러가는 동안 무심(無心)의 경지에 이르러 어느 순간 꽃이 활짝 피어난다. 마음이 고요해져야 지혜가 생겨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스님은 강조한다. 단순히 조용한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고요함이어야 하며, 그 속에서 지혜가 생겨나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혜를 갖춘 참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 그리고 “보리수 아래 고요하게 앉아 있는 부처님을 생각한다. 매 순간 그렇게 고요할 수 있다면 좋겠다. 고요한 마음서 지혜가 나오고, 함께하는 자비의 마음이 나온다. 번뇌와 망상이 있으면 안개 낀 산을 보듯이 자신과 사물을 또렷이 볼 수 없다. 지혜가 없으면 자기중심적 사고로 인해 삶이 불만과 상처투성이가 되기 쉽다. 요즘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고요하게 앉아 있을 겨를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현재를 과거와 비교하고 나와 타인을 비교하며 힘들어한다. 참사람은 누구인가. 몸과 말과 마음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부처님과 같은 향기 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부록 〈금강 스님의 선물(禪物)〉에는 ‘참사람의 향기’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선물’은 중의적인 뜻이다. 누군가에게서 받은 따듯한 선물과 잡히지 않는 ‘선’을 지금 당장 적용 가능한 분명한 ‘물성(物性)’으로서의 의미이다. 7박 8일 일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을 돌이키는 기회가 된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그 기회를 만들고 삶의 꽃을 피우기로 결심한 이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생생하다. 한편으로 묵언, 참선, 화두, 대의단, 의심, 깨달음 등 참선의 과정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다. 체험기의 일부를 소개한다. 금강 스님의 선물(禪物) “금강 스님이 면담 중에 “너 자신은 도대체 누구냐?”고 물었는데 그때는 정확히 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답을 구하기 위해 앞으로 내가 살아갈 방향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8일 간 수행하는 동안 내 몸에 대해 감사했고, 앞으로 귀 하게 대하고 잘 데리고 살다가 자연으로, 우주로 돌려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동안 많은 잡념으로 시간을 허무하게 낭비했지만, 이제는 한 순간 한 순간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금강 스님의 가르침으로 이해하기로는, 원래 온 세상이 나의 고향이고 도처가 내 집이며, 보따리 같은 것이 없어도 필요하면 언제고 살림도구가 나온다고 하셨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얼른 화두를 챙겨 눈물을 수습했다.” “기독교인인 나에게는 모든 게 어색하고 어려웠다. 둘째 날부터는 조금 나아져서 호흡법(수식관)을 하며 지나간 나의 시간들을 되짚어보았다. 행복한 기억들, 상처가 된 기억들…. 과거로의 여행은 셋째날 오전까지 이어졌다. 넷째 날부터 날마다 듣는 금강 스님의 강의가 조금씩 와 닿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좌선하면서 마음의 구름이 조금씩 거둬지는 듯했다. 그러다 여섯째 날, 우연히 방에 들어와 갇혔다가 방문을 열어주자 휘리릭 날아가는 새를 보고 나의 마음이 그 날아가는 새와도 같다고 생각하면서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호텔리어로, 괴로워도 겉으로만 웃고 있던 나, 이제는 비로소 안과 겉이 같이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김주일 기자 kimji4217@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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